주홍 글자

주홍 글자

나다니엘 호손 저/곽영미



#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190권 읽기 프로젝트 (9/190)



 처음에 ‘세관’ 부분을 읽을 때 서문이기도 했고 혹시라도 줄거리랑 관련된 내용이 있을까 싶어 끝까지 읽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 내용을 몰라도 주홍 글자의 실제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니 나처럼 이 부분 읽는데 재미 없으신 분들은 본편 들어가기도 전에 지쳐버리지 말고 스킵하셔도 될 듯. 해설을 보니 ‘세관’은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내용이라네…? 왜 나는 그 익살을 느끼지 못했는가... 번역자분은 유쾌하고 재미있었다는데…음.



 주홍 글자를 달고 있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초반 전개는 그리 놀라울 것이 없었다. 8~90퍼센트가량을 읽어갈 때쯤에도 헤스터 프린의 딸인 펄이 좀 얄미운 것 말고는 별 감흥이 없었으나, 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마지막 ‘폭로’ 챕터였던 것이다.


 딤스데일 목사가 마침내 자신의 죄를 모든 사람들 앞에서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짓누르던 짐을 오직 신 앞에 내려놓고 자유를 얻는 장면(내 눈에 그것은 자유였다). 죄를 숨긴 채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면서 죄의 대가를 오롯이 자신이 책임지는 생이 아니라, 죄를 드러내고 그 처분을 신에게 맡김으로써 설령 지옥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그 사후의 삶에서 외려 평안할 듯한 장면. 자신의 죄를 고백한 후 맞게 되는 죽음이 생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극적인 안식이 되는 장면. 이 책의 진 주인공은 헤스터 프린이 아니라 목사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하는 장면.


 딤스데일 목사에게 자유는 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분명 그는 신 앞에서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어렸을 때 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벗어날 충분한 힘이 생긴 후에도 여전히 같은 곳을 맴도는 코끼리처럼 자신이 지은 죄에 묶여 평생을 사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이다. 목사의 고백 부분을 읽으며 무언가 억눌려있던 것이 터져나오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건 이런 기분일까.


 

 주홍 글자(The Scarlet Letter)인 ‘A’는 간통이라는 뜻의 ‘Adultery’를 의미한다고 한다. 알파벳이라서 잘 와닿지 않았는데 한국어로 ‘ㄱ’ 또는 ‘간’을 가슴에 달고 생활해야한다고 생각하면 그 수치심이 조금은 짐작이 간다. 립스틱 사러가면 스칼렛 색은 사실 다홍색이나 붉은 색에 더 가까운데, 붉은 글자라고 했으면 그 의미가 좀 더 잘 전달됐을 것 같다. 다홍 글자는 예쁜 느낌이라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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