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쥘 베른 저
#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190권 읽기 프로젝트 (10/190)
분명 학창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내용이 정말 단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독서는 이렇게 증발해버리는구나 새삼 느낀다. 내가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고.
※ 이 글은 책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는 개인적인 내용이며 완전 중구난방이니 책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
책 내용 중에 어느 나라를 벗어나면 더 이상 영국령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을 체포할 수 없어진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마침 요즘 세계사 관련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왠지 그 문장이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 아니 좀 더 이해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해야 하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묘사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사람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겠구나 하고 생각해보게 되고. 배경 지식이 없을 때 읽는 건 선크림이나 파운데이션을 바르듯 피부 겉만 코팅하는 느낌이라면 배경 지식을 갖고 읽는 건 수분 크림이나 에센스를 발라 피부 깊숙이 영양분을 스며들게 하는 느낌? 소설이라는 허구 세계 속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고 말았을 내용이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와 어우러지며 비로소 생명력을 띠는 느낌?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정말 그랬다. 역사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으나) 내가 고작 역사 책 잠깐 읽은 걸로도 이렇게 느끼는데, 다방면의 배경 지식을 갖고 책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더 큰 즐거움을 누릴까. 어쩌면 난 그동안 읽어온 책들을 온전히 다 누리지 못한 것 아닌가 싶어 괜히 아쉬웠다. 그렇다면 거장과 마르가리따도 러시아 역사를 알고 나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 그건 아닐 거야. 역사를 몰라서 힘들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
마지막 문장이 예술.
이 괴짜 신사는 여행을 하는 동안 놀랄 정도로 침착하고 정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다음은? 이번 여행에서 그가 번 것은 무엇일까? 이 여행에서 얻어 온 것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고 치자. 하지만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매력적인 여인이 그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는 것!
사실, 사람들은 이보다 더 하찮은 이유로도 세계 일주를 하지 않을까?
사실, 사람들은 이보다 더 하찮은 이유로도 세계 일주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이 여행에서 여행의 풍경을 즐기지도 않고, 돈은 돈대로 펑펑 쓰게 만들었던 걸까? 여행을 통해 주인공이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주인공인 필리어스 포그는 사실 모험이나 여행 같은 데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세계 일주를 하는 것부터가 아이러니한 유머 포인트인 듯.
다만, 마지막에 갑자기 포그가 아우다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조금 뜬금포이긴 했다. 하지만 다른 소설이었다면 뭐야 결말이 왜 이래 하고 불평했을 것이 이 책에서는 허용되는 느낌. 80일간 세계 일주도 했는데 사랑이 대수랴? .....흥 아닌데?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한데? (혼란)
뭐 아무튼.. 술술 잘 내려가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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