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사실 예전에 <리마커블 천로역정>을 먼저 읽었는데 그닥 내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로역정의 원본(?)도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역시 재미는 없었다. 재미를 위해 읽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오두막>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게 생각났다. 적어도 기독교 서적에 관해서는 이렇게 비유적인 이야기보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더 나에겐 잘 맞나보다. 하지만 재미없었다고 해서 깨달음도 없었던 건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절들도 있어서 전자책 기능으로 밑줄 쳐가며 읽었다. 그런데 전자책 용량 때문에 이미 읽은 책들을 삭제해버려서 감명깊은 구절에 밑줄 쳐 놓은 게 싹 다 날아갔다 하… 글 쓰고 나서 지울 걸.
아래는 책을 읽고 기억나는 내용들.
크리스천이 첫 번째 좁은 문을 지날 때, 친절이 문을 열어주고 크리스천을 얼른 잡아 당기면서 하는 말이, 가끔 바알세불이라는 사탄이 이 문을 향해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화살을 쏘기 때문에 여기로 오는 사람 중 몇 명은 이 문을 지나기도 전에 죽는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일까?
해설자의 집. 응접실을 청소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먼지가 가득한 집을 빗자루로 쓸면 먼지가 더 날릴 뿐이다. 죄로 가득한 인생이 율법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해봤자 죄를 더욱 살아나게 하고 마음이 더욱 죄로 가득하게 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격공. 죄의식이나 죄책감, 또는 참으면 참을 수록 더 강해지는 욕망 등을 뜻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물을 뿌리고 청소하면 잘 됨. 물은 복음.
천로역정의 내용이 성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성경에 나오는 구절에 대한 것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탄이 자신에게 절을 하면 세상 모든 것을 주겠다고 예수님을 시험한 것에 대해. 애초에 세상의 것들은 썩어 없어질 것들이므로 그것들을 주는 것은 멀리 보면 전혀 좋은 것이 아님. 죽고 나면 사라질 것들.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을 다 준다고 해도 어차피 죽고 나면 끝이다. 허무한 것.
궁금한 점. "무릇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은 저주 아래에 있느니라". 율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사람은 절대 온전해질 수 없다는 건 이해가 간다. 율법을 온전히 지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뿐더러,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양심의 만족? 주변 사람들의 존경? 아무튼 여기까지는 이해가 됨. 근데 왜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을 굳이 저주 아래에 있다고까지 말하는 걸까? 율법에 얽매여있기 때문에?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라 율법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율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기 때문에? 바리새인 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걸까?
음...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아무튼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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