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2018.11.28
-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1) 클론(복제인간)들을 위한 학교인 헤일셤 학교의 학생들의 성장 소설. 성장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건 캐시와 토미 한정인가.
2)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
이상하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만 해도 별 느낌이 없었고 단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좋은 책이라고만 느꼈는데 방금 복제인간들을 위한 학교라는 문장을 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물이 날 뻔 했다. 아마도 클론들에게 감정 이입이 됐나보다. 좋은 책이구나.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후 2번이나 연기하고서도 반납 마지막 날 겨우 다 읽어냈다. 그리고 반납 당일에 꾸역꾸역 읽어낸 책의 마지막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자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다. 사실 마지막 부분에서 책의 주제를 대놓고 알려주기도 하지만. 내용의 거의 80프로를 헤일셤 학생들의 일상으로 채운 것은 그들도 근원자들과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걸까.
헤일셤 학교가 클론들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근원자를 위한 기증의 도구일 뿐인 클론들에게 예술을, 세상을 가르치는 것은 무슨 쓸모가 있는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쓸모는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 왜냐면 클론들 역시 인간이니까. 헤일셤 학교는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을 그들에게 주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는 근원자를 위해 기증을 하다 죽는다 하더라도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인간으로 살다 가는 것. 헤일셤은 그 기회를, 그 권리를 클론들에게 주었다. 다른 곳에서는 클론을 사육했지만, 헤일셤은 클론들을 '교육'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교육인가?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날아온다.
+ 읽는 내내 루스 비호감이어서 좀 힘들었다.
+ 한 가지 상상. 헤일셤에 들러 학생들의 작품을 화랑으로 가져가곤 했던 마담 마리클로드는 사실 교장 에밀리와 함께 같은 목적으로 헤일셤을 운영(?)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녀는 에밀리의 클론이 아닐까? 에밀리가 자신의 클론을 구해낸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만약 책에서 마담이 에밀리를 닮았다는 언급이 한 마디라도 있었다면 백프로일텐데 그런 부분은 아마 없었던 것 같고, 마담의 정체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제대로 좀 읽자....). 마담이 클론들을 보면 얼어버린다는 표현을 봐서는 클론이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낭만적인 상상을 하고 나서 이 책이 더 좋아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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