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도선우 저
예전에, 자주 들여다볼 만한 독서 블로그가 있을까 해서 검색해보다가 한 블로그를 발견했었다. 워낙 글을 시니컬하면서도 유쾌하게 쓰시길래 즐겨찾기에 추가해두고 자주 들렀었는데 어느 날 보니 모든 글들이 다 삭제되어있고 글쎄, 블로그의 운영자가 책을 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책은 <스파링> 이었고 그 블로그 운영자가 도선우님이었다. 그 분의 블로그 글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책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책의 줄거리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선뜻 끌리지 않았는데 마침 두 번째 책이 있다고 해서 골랐고, 그것이 <저스티스맨>이다.
마치 정의 구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듯한 연쇄 살인이 책의 주제이고 살인 그 자체나 살인범을 추리하는 내용보다는 피살자가 왜 살해 당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각각의 피살자들은 마치 작가가 어떤 유형의 인간상을 세상에 고발하고 싶은지를 말하는 듯하다. 또한 이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저스티스맨’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인터넷 까페를 통해 세상에 공유되는데, 익명성 뒤에 숨어서 더욱 난폭해지거나 사소한 것에도 쉽게 선동되는 네티즌들의 모습 등 현재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 보고 겪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형식만 소설이다 뿐이지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현 세상을 바라보는지 굉장히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책이 재미 없는 건 아니다. 마무리가 좀 아쉬운 감이 있지만 애초부터 작가가 비중 있게 다루고자 했던 건 살인범의 정체라거나 추리 같은 건 아닌 것 같으니까 뭐. 하지만 마지막에 뭔가 헉 하고 독자들이 눈을 한 번 크게 뜰 만한, 혹은 감탄사 한 번 내뱉을만한 내용 정도는 있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흠 내 취향인 건가.
하지만 아무래도 블로그에 쓰셨던 글 같은 유쾌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읽어서 그런지, 사실 소설 그 자체보다는 작가의 말이 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읽히고 내가 기다렸던 글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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