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1

신세계에서 1

기시 유스케 저 / 이선희



 작가가 떡밥 던지기 장인이시다. 너무 많이 나와서 나중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음. “ ~~해서 우리는 드디어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우리는 ~~했다. 하지만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이런 식의 서술이 꽤 자주 나와서 나중엔 그런 문장이 나올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헉 뭐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또 시작이네’, ‘ 왜 또 뭔데’ 하다가 나중엔 ‘어련하시겠어.’ 하게 되고 급기야 정상적인 상황도 떡밥으로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러다 결국 언제 또 떡밥 나오나 은근 기다리게 됨.


 내용은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일단 1권만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읽다 보니 빨리 다음 내용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 문 닫기 전에 빌리러 가려고 퇴근 시간도 조정했다. 기시 유스케는 진정 이야기꾼이구나. 검은 집도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신비한 동물들이나 약품이나 마법 등등은 신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충분히 상상할 만하다 싶은데 여기에 나오는 것들은 묘사를 읽으면서도 머릿속으로 그려지지조차 않는다. 이런 상상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어떻게 이 모든 걸 구상하고 이야기로 진행할 수 있을까?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또한 엄청난 노력과 공부가 수반되었을 것이다. 대다내..!


 대학 시절, 방학 때 논문 연구에 보조로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지도해주셨던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방법을 모르겠는데 교수님께서는 매번 다양한 방법들을 조언해 주셨었다.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신걸까하고 내가 신기해하니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셨던 것 같다(사실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음).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 더 상상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지식을 쌓은 당신께서 너희들보다 더 새로운 생각을 잘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아집과 딱딱하게 굳은 사고가 걸림돌이 된다고. 그래서 교수님께서도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남의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신다고. 참 멋있어 보였고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작가의 창의력과 상상력 얘기를 하다보니 문득 이 에피소드가 떠오르네.



사토루는 예전에 몰래 읽은 책 속에서 불도그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고 한다. 고대 영국에서 소와 싸우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사토루의 말이라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이유에서 나는 그 설을 믿을 수 없었다. 애당초 왜 개와 소를 싸우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사토루가 본 책에서는 오락을 위해서라고 쓰여 있었다고 하는데, 인간이 그렇게까지 무의미하게 잔혹해질 수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이런 식으로 미래인의 시선을 통해 비판하는 것도 재미있다. 작가의 유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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