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책이 구어체라 몰입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중반까지는 집중도 안 되고. 하지만 나중에는 꽤 즐겁게 읽었습니다. 은근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가볍게 읽기에 좋아요~


 근데 결말이 기억이 안 나네. 뭐였더라.

속삭이는 자 1
도나토 카리시 저/이승재



 읽은 지 꽤 된 책들을 블로그에 정리하는 중이다. 식견이 부족해서 서평까지는 아직 안 될 것 같고 그냥 내 주관적인 감상을 쓰는 걸로. 헿. 이미 읽은 책들 중에서도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들은 다시 읽고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근데 웬만한 책들은 다 고향 집에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진짜 재밌다고 추천을 받아서 읽어봤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건가. 물론 재미 없는 건 아닌데 1권까지는 지루하고 2권 넘어가면서 재미있어진다. 내용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기 까지 꽤 오래 걸림. 두 번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저/김수영


 글을 높임말로 쓸지 말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높임말로 쓰면 아무래도 공개적인 느낌이라 좀 더 공들여(정말?) 쓰게 되고, 반대의 경우는 개인적인 느낌이라 쓰고 싶은 대로 쓰니까 좀 더 편하고. 흠. 어떡하지.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걸로.


 저는 추리/스릴러 장르를 좋아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고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인터넷에 자주 '추리 소설 추천' 같은 단어를 검색하곤 하는데 <13 계단>이라는 책을 추천하는 글을 몇 번 봤습니다. 그러나 줄거리가 그닥 끌리지 않아서 읽지 않고 있었죠.  그러다 며칠 전 어느 독서 블로그에서 <제노사이드>를 재밌게 읽었다는 글을 읽었고 마침 작가가 <13 계단>을 지은 그 작가라는 걸 알게 되어서 '그럼 이 책은 읽어볼까?' 싶었습니다.


 치사율 100%의 위험한 전염병에 걸린 감염자들을 박멸하기 위해 4명의 군인이 아프리카로 파견됩니다. 그리고 어느 약대 대학원생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연구를 물려받아 진행하게 됩니다. 그 전염병의 정체는? 그 전염병과 아버지, 아니 이제는 약대 대학원생의 연구 사이의 연관성은?


 하는 내용입니다.ㅋㅋㅋㅋㅋ 읽어 보시면 제가 틀린 말 한 건 없다는 걸 아실 거예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F소설이지만 마냥 킬링타임 용은 아닌 것 같고, 전쟁, 권력, 인간의 잔혹함 등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다만 과학 쪽 전문 지식 관련 내용이 나오면 정신이 멍해집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읽고 다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으나 나중에는 포기하고 휘리릭 넘겼어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문제 없었습니다.


 역시 인상깊었던 구절을 적어봅니다.


 … 완전한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위험하다는 확고한 증거를 서로가 이미 자신의 내면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P.G.해머튼 저/김욱


  

책 읽은 지는  한참 지났다. 구글문서에 이 내용을 적어만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블로그에 올리는 중.



저자가 독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작가가 말하는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기보다는 부드럽게 제안하는 것 같아서. 노년의 은퇴한 어느 지혜로운 신사가 조곤조곤 따뜻하게 조언 해주는 느낌.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제목이랑 동떨어진 내용일 것 같겠지만 뭐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랬다는 얘기다. 재미있게 읽었다.


 목차를 보면 "지나치게 일하는 젊은 작가에게" 처럼 "~~하는 ~에게"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읽다 보면 공감되는 목차가 한 두가지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아! 하고 깨닫게 되는 게 꽤 있다. 작가는 이렇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지적 생활이 있었을까?



"지적 생활과 정신노동은 여러 면에서 닮은 듯하면서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은 정서적 만족도인데, 지적 생활이 자족을 목표로 한다면 정신노동은 인정을 목표로 합니다. 지적 생활은 나를 위한 활동이고, 정신노동은 나는 기본이요, 타인의 만족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그러므로 정신노동은 반드시 육체에 어느 정도 해악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 목차 '다시 지나치게 일하는 젊은 작가에게' 中



"파슬리 이파리 하나가 '갸또 드 푸아'의 맛을 결정하듯 어떤 분야의 지식이 우리 안에서 거대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인생을 변화시키게 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파슬리가 닭의 간을 만나 특별한 맛을 만들어내듯 우리도 지식과 조우해 경탄할 만한 지성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식별하기 어렵지만 무엇을 배우든 그 배운 것은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미칩니다. 순수한 개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 목차 '배움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中





이런 글을 읽으면 왠지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인 것 같으면서도 처음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든다. 독서에 관한 가장 멋진 말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아주 공감 가는 말이 있는데, 매번 새로운 좋은 책을 읽고 난 뒤엔 항상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표현할 그 어떤 단어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베르토 망구엘-



근데 이 문장 나도 분명 어느 책에선가 발견하고 멋있어서 메모해둔 건데, 아무리 검색해도 출처가 나오질 않네…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저/정영목



  전 제가 이 영화를 안 본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몇몇 장면들이 영상으로 떠오르더라구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미 영화 버전을 먼저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용도 결말도 잘 기억이 안 나고 중간 중간의 장면들만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영화는 그닥 저에게 감명깊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나 책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운전 중이던 한 사람이 갑자기 눈이 멀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정체 모를 실명에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전염되고 오직 한 여자만 앞을 볼 수 있습니다. 전염된 사람들은 정부에 의해 격리 조치 되지만 곧 그 한 여자를 제외한 나라의(어쩌면 세계 전체일까요) 모든 사람이 전염되면서 나라는 무질서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만은 버리지 않으려 노력하 사람들도 있고 오직 생존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있죠. 뭐 결국 마지막에는 사람들의 시력이 하나 둘 씩 돌아오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이 책에서는 대화를 표시할 때 나타내는 따옴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음표도 나오지 않아요. 


 경찰을 불러, 저 똥차를 여기서 치워, 그들은 소리를 질렀다. 눈이 먼 남자는 애원했다, 누가 날 좀 집으로 데려다주세요. 신경이 문제라고 말했던 여자는 구급차를 불러 그 불쌍한 남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눈이 먼 남자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필요 없습니다, 누가 우리 집 앞까지만 데려다주면 됩니다, 아주 가까운 곳이에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차는 어떻게 하고, 어떤 사람이 물었다.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화자가 위처럼 알려주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지루하다거나 답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도 그 현장에서 같이 눈이 먼 사람이 된 것처럼 몰입이 잘 되더군요. 상대방의 표정, 제스처, 눈빛 그 어느것도 보지 못하고 오로지 서로의 목소리로만 대화해야하는 상황을 독자들도 느껴보라고 이런 방식으로 나타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름대로 느끼는 바도 있었습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선 눈 뜬 자가 왕입니다. 눈 뜬 자가 이쪽이라고 하면 이쪽이고, 저쪽이라고 하면 저쪽입니다. 의구심을 가질 순 있겠으나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순 없습니다. 그저 눈 뜬 자가 정직하고 선한 사람이길 바라는 수 밖에요. 또한 눈 먼 자들 사이에서도 권력자가 생겨납니다. 그들은 무기를 갖 다른 자들을 협박하여 그들 위에 군림하려 하죠.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역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무기가 있다 해도 제대로 사용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리고 무기는 영원하지 않죠. 언젠가는 못 쓰게 되는 순간이 올테니까요.



  왠지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책입니다. 저는 아마 아직까지는 눈 먼 자인 것 같습니다.ㅎㅎ

  읽다가 어쩐지 와닿아서 메모해두었던 구절을 적으며 마무리합니다. (편의상 ""를 사용했습니다)


"이거 원, 실명은 원래 옮는 것이 아닌데. "

"죽음도 옮지 않죠, 하지만 우리 모두 죽지 않습니까."



  

  실리콘 밸리란 흔히 미국의 많은 IT 기업, 벤처 기업등이 모여있는 곳을 말한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도시들을 말한다고 한다(난 지리는 젬병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한다....) 이 드라마는 'Pied Piper'라는 IT 회사를 창업하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컴공 드립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봤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안 나오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ㅋㅋㅋㅋㅋ보면서 많이 피식피식했다.  제러드 너무 귀엽고 길포일 매력 터짐...ㅋㅋㅋㅋㅋㅋ얼릭 박만은 어떨 땐 짜증나고 어떨 땐 매력터져서, 이 캐릭터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어서 힘들다ㅋㅋㅋㅋ 이틀만에 시즌 1, 2 클리어했음!! 



  '한 여름 밤의 비밀'이라는 오펜바흐의 친필 악보를 둘러싼 이야기. 추리 소설이다. yes24 무료 ebook 중에서 9월 15일까지인가 무료로 대여해준다길래 읽어봤다. 그럭저럭 읽을 만은 한데 개인적으로는 미친듯이 흡인력이 있다거나 재미있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영화 마케팅을 잘못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더라(지구를 지켜라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 지구를 지켜라는 포스터는 코믹물인데 청소년 관람불가인데다 사람들이 하도 마케팅 실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해서 찾아봤다가 멘붕했다ㅋㅋㅋㅋ).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는 예상보다 잔잔하게 다가왔다. 물론 영화에서 월터에게 일어난 일들은 스펙타클하지만.



※ 스포 있음



  월터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상상 속에 빠지곤 한다. 현실에서의 자신은 소극적이지만 상상 속에서의 자신은 적극적이고 대담하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행동들을 월터는 상상 속에 담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잠깐 멍 때리느라 주변 사람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월터는 'LIFE' 잡지 사에 실릴 사진 필름을 인화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이 잡지가 오프라인 잡지에서 온라인 잡지로 전환되기 전 마지막 오프라인 잡지의 표지에 실어야 할 사진 작가 숀 오코넬의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사진 작가가 말하길 그 사진에는 자신의 작가 인생의 삶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한다. 여차저차해서 월터는 필름을 찾게 되고 'LIFE' 잡지의 마지막 오프라인 버전에는 그 사진이 표지에 실리게 된다.


  영화를 다 본 직후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그냥 잔잔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이긴 한데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은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나 궁금해서 리뷰를 찾아보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잡지 표지에 싣기 위해 월터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25번째 필름은 결국 처음에 사진 작가가 자신과 필름과 함께 월터에게 선물로 보낸, 그리고 월터가 홧김에 버린 지갑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필름에 담긴 모습은 필름을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다. 나에게는 이 내용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로 다가왔다. 삶의 정수라는 것, 월터가 비행기를 타고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에 빠지고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까지 찾으려고 했던 "삶의 정수"는 결국 다른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건 자신이 홧김에 쓰레기통에 버린 지갑 속에 있었다.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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