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전체적으로 참 따뜻하다. 왠지 작가의 성격도 이 책의 분위기처럼 온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침에 꾸뻬는 가로수 길과 목조로 지어진 예쁜 집들, 그리고 몇몇 오래된 집들을 따라 산책을 했다. 이 도시에서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 건 정말로 오래된 것이 아니고 고작해야 할머니 정도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라는 부분에서, 60~70년 정도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을 부분을 할머니 정도의 나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그렇다. 표현하는 방식이 참 다정하지 않아?
이 책을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제목이 꽤 유치해보인 탓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웬걸, 좋다. 어른에게 들려주는 행복에 대한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정신과 의사인 꾸뻬씨가 여행을 다니며 배우는 행복에 관한 사실? 특징?들을 번호를 매겨 수첩에 기록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마다 전달하려는 주제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남들과 싸워본 적이 있을까 싶은 조용하고 따뜻한 정신과 의사 꾸뻬씨는 왜 사람들이(환자들) 유독 자신을 좋아할까 궁금해한다.
어느 날, 꾸뻬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유독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 질문해 보았다. 그의 말하는 방식을 사람들이 특별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의 사무실에 놓인 인도 조각상 때문일지도?
귀엽다. 인도 조각상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 좀 봐. 이런 점 때문에 환자들은 꾸뻬씨를 좋아하는 거겠지.
꾸뻬씨는 자기보다 더 부자이거나 더 멋있는 사람을 봐도 열등감을 느끼거나 비교하며 불행해하지 않는다는데 이해가 간다. 꾸뻬씨는 정신과 의사이고, 자기보다 더 돈이 많고 더 잘생긴 사람들이 우울해하며 자신에게 상담을 하러 온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직업을 통해 꾸뻬는 알았을 것이다.
책의 첫 부분의 목차를 읽고 이미 난 내가 이 책을 완독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재미없는 책은 끝까지 읽지 않는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 보자마자 최근에 지인과 대화하다가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넌 그닥 네 삶에 불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충분히 즐길 거 즐기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머리가 띵~ 했다. 난 지금의 내 삶에 불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직업인데, 뭔가 좀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되돌아보니, 말만 그렇게 했지 실제로 난 전혀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노력해보지 않고 그저 현재에 안주하고 있었다. 사실만 놓고 보자면 지금의 난 정말 특별한 고난 없이 잘 살고 있다. 내 나이 또래들이 받는 것에 비해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업무 환경 등 직장도 참 좋은 곳이고. 다만 살아가는 것이 마음 한 곳 어딘가가 뻥 뚫린 듯 허무해서 그렇지. 때로는 잠들기 전에 이렇게 기도하기도 한다. 하나님, 오늘 밤에 제가 자고있을 때 저를 데려가셔도 좋아요. 대신 고통 없이 한방에 데려가주세요, 라고.
100살까지 살고싶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궁금하다. 무엇을 위해 저렇게 살고 싶어 하는 거지? 사는게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서 부럽다. 난 아무리 즐거운 하루를 보내도 집에 와 침대에 누우면 모든 것이 허무하던데. 그냥 내가 생각이 너무 많고 인생이라는 것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 걸까. 사실 인생이라는 건 어쩌면 별 게 아닌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하나.
아무튼, 그래서 행복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어쩌면 나도 꾸뻬씨에게서 인생을 살아갈 동력이자 목적이 되는 행복에 대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꾸뻬씨는 말한다. 행복은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지 않으면 그 어디에도 없다고.
뻔한 말이지만 결국 누구나 똑같이 얘기하는 걸 보면 행복은 현재에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가보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여유가 있다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인 거고. 결국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중요하군. 컵에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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